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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한국] 이용준 前대사 "미중 전쟁, 시간은 '중국 편'이 아니다"
 
2019-07-01 14:10:04
"中, '패권국의 3대조건' 중 어느 것도 충족하리란 보장 없다"
"中, '희토류 무기화' 못해... 중국이 입을 손실이 훨씬 크다"
"北中, '반일(反日) 민족주의' 부채질하며 韓日 이간해왔다"

"이제 시간은 상당 부분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력과 군사력, 동맹관계 모두 미국의 상대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너무 조급하게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중국의 과도한 조기 부상과 미국 진영의 노골적인 견제로 인해 중국이 앞으로는 과거와 같은 성장을 계속하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북핵 협상 현장의 산증인'이자 외교안보 전문가인 이용준 전 외교부 북핵담당대사는 '위키리크스한국'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미국을 추월해 세계 패권국이 될 수 없다고 전망하며 '장차 패권국이 될 중국 쪽으로 줄을 서야 한다'는 일각의 논리를 반박했다.

이용준 전 대사는 중국이 패권국의 3대 조건인 '경제력', '군사력', '소프트파워' 중 그 어느 것도 충족하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진단했다.

이 전 대사는 "중국의 경제력 성장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위기에 처한 상황이고, 설사 수십 년 후 중국 경제가 미국을 추월하더라도 미국의 군사력까지 추월하려면 훨씬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세 번째 요소인 소프트파워"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경제력과 군사력으로 미국을 추월하더라도 공산주의와 전체주의의 가치관으로는 세계의 진정한 지도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전 대사는 "현재 중국이 보여주고 있는 소프트파워는 패권국이 되기에는 상당히 미흡하고 실망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중국이 그간 국제사회에 대해 보여준 것은 철저히 자기중심적이고 자국의 배타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대외정책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중국제조 2025'라는 국가목표를 언급했다.

그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중국은 과거 명나라 때 남중국해 전체가 자국 소유였다며 동남아 국가들의 코앞에까지 가서 소유권을 주장하고, 그러한 주장의 불법성을 확인한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에도 불복하고 있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유럽은 모두 이탈리아 땅이고 러시아는 몽골의 땅이고 중국 동북지방은 고구려의 후손인 한국에게 돌려주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제조 2025'와 관련해서는 "혼자만 독식하겠다며 2025년까지 세계 시장점유율을 70%까지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어느 국가가 중국 편을 들겠느냐. 이런 식으로 중국이 '자국의 이익만을 위한 대국화'를 추구한다면 다른 나라들의 집중적 저항과 견제를 받아 성장의 한계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그는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을 주축으로 하는 한미일 3자 안보협력을 "중국 및 북한으로부터의 안보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핵심적 요소"라고 강조하며 과도한 반일 민족주의 광풍을 경계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북한과 중국은 지난 수십 년간 눈엣가시인 한미일 3자협력을 와해시키기 위한 지속적인 공작을 전개해왔다. 이를 위해 그들은 한국 내의 반일 민족주의를 부단히 선동해왔고, 결국 한미일 3자협력 체제에서 가장 약한 고리인 한국을 이탈시키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70년도 넘은 이웃 나라와의 과거사에 매몰돼 그 원한과 증오를 외교의 기조로 삼고 자국을 국제사회와 절연하는 국가가 지구상에 한국 말고 더 있느냐"고 반문했다.

중국이 일본의 중국 침략에 대한 원한을, 미국이 일본의 진주만 공습을, 프랑스가 양차 세계대전 시 독일의 프랑스 침공을, 베트남이 한국군의 베트남전 참전에 대한 원한을 길이 간직하고 한국과의 협력을 거부한다면 국제평화는 물론 해당국가의 국격이나 국익에도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그는 "국제정치적으로는 중국과 북한의 집요한 '한일 이간 전략'을 극복하고, 국내적으로는 과도한 반일 민족주의를 자제하고 과거와 현재, 과거와 미래 사이의 현명한 균형을 이룩하는 것"을 과제로 제시했다.

다음은 외교차관보와 북핵담당대사를 역임한 이용준 전 대사와의 일문일답이다.

▷중국의 부상이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는데 오바마 정부가 대응에 실패한 원인은 무엇이었나요?

"이미 10여 년 전부터 미국 정부 안팎의 많은 중국 전문가들이 중국의 급부상을 예상해왔으나, 미 행정부는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 8년간은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고 저지할 필요성이 절실한 시기였음에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못하고 유화정책으로 일관했죠.

그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중국은 미국의 경쟁자인 동시에 협력자라는 것이 오바마 행정부의 기본 시각이었으므로, 북핵 문제와 경제문제 등 중국과 협력해야 할 사안이 적지 않았던 미국으로서는 중국과의 정면 대결에 큰 부담을 느꼈습니다. 둘째, 미국은 중국의 시장경제화가 진행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사회주의 체제로부터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되고 인권 문제도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오히려 반대 현상이 나타났고, 미국의 예측은 빗나갔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8년간 중국의 급속한 성장과 군사적 팽창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고, 미국이 방심하는 사이에 중국은 통제가 어려운 수준으로 국력이 급신장했습니다. 그리하여 중국이 10~30년 후 미국을 추월해 세계의 패권자가 되리라는 전망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에 봉착하게 된 것입니다. 이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 이후 등장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추격을 격퇴하기 위해 과거의 모든 금기를 깨고 중국에 대한 노골적 견제정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의 금기'를 깨고 강하게 밀고 나가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단순히 그의 성격 때문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과도 관련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미국이 처한 절박한 상황이 가장 큰 이유라고 봅니다. 중국은 오바마 행정부 8년 동안 경제적으로 미국의 GDP를 60% 이상 추격했고, 이 때문에 지금이 '중국의 부상을 저지할 마지막 기회'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적 손실을 무릅쓰고 중국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는 자신감의 배경은 무엇보다도 미국의 경제 호황입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생기는 경제적 손실을 미국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미국이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을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에너지 자립'을 이룰 수 있게 되어, 미국과 중국 사이에 심각한 경제적, 군사적 분쟁이 일어나더라도 에너지 수급 문제를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점도 자신감의 근원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이 경제적으로는 이미 미국 GDP의 60% 이상을 따라잡았고 항공모함까지 건조하는 등 군사력도 많이 강화해왔지만 아직 미국의 군사력에는 훨씬 못 미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미국은 지금이야말로 중국의 패권국 부상을 막을 마지막 기회라고 인식하고 있는 듯하고, 이 때문에 미국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중국의 부상을 막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중 패권경쟁에 있어 '시간은 중국 편'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이 언젠가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보십니까?

"이미 오래전부터 미국 학계는 중국이 패권국으로 부상하리라고 예상해왔습니다. 중국이 과거처럼 10%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할 경우 빠르면 2020년 말에, 경제성장이 둔화하더라도 늦어도 2040년대에는 패권 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죠. 중국이 언젠가 미국을 추월하리라는 것은 단지 시간의 문제일 뿐, 당연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 국내적으로도 '장차 패권국이 될 중국 쪽으로 줄을 서야 한다'는 좌파 진영의 논리가 힘을 받아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예상과 달리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가 빨리 이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작년부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6%대로 크게 하락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중국의 불공정 무역행위와 남중국해에서의 불법적 영토확장 야욕 등에 대해 정면 대응을 하기 시작한 상황이므로, 중국의 패권국 부상이 단지 '시간의 문제'라는 시각은 설득력을 잃어 가고 있고, 미국이 이런 정책을 계속한다면 중국이 영원히 미국을 추월하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부상하고 있습니다."

▷시간은 중국 편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말씀으로 이해됩니다.

"이제 시간은 상당 부분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미국과 패권경쟁을 함에 있어서 심각한 전략적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미국과 대결을 벌일 만큼 국력이 성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조급하게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1980년대의 중국 최고지도자 덩샤오핑은 '도광양회(韜光養晦)'라는 대외 전략을 확립했고, 앞으로 최소 100년간 이 정책을 유지하라는 유훈을 남겼습니다. 미국과 경쟁할 국력이 길러질 때까지 절대 고개를 들지 말고 숨어서 힘을 길러야 한다는 뜻이었죠. 이 유훈은 과거 마오쩌둥이 공산주의 정권 수립을 위한 투쟁기에 지시했던 내용과도 일맥상통합니다. 마오쩌둥은 '시말동 광정량 불칭패(深?洞 廣積糧 不稱覇)'라는 교시를 내렸습니다. '굴을 깊게 파고 식량을 많이 비축하되 패자라 자칭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덩샤오핑 사후에 후계자들이 아마도 국내정치적 이유로 고개를 너무나 빨리 들고 미국과의 대결을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시진핑 국가주석은 개헌을 통해 3선 연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국몽(中國夢)'의 실현을 국가적 목표로 내세우는 한편, 중국의 민족주의를 부채질하고 남중국해에서의 영토확장에 열을 올렸습니다. 경제력과 군사력, 동맹관계 모두 미국의 상대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과속한 것이지요. 이와 같은 중국의 과도한 조기 부상과 이에 따른 미국 진영의 노골적인 견제로 인해 중국이 앞으로는 과거와 같은 성장을 계속하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더욱이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의 배경이 된 것은 미국과 일본을 포함한 자유민주진영 국가들의 무역, 투자와 기술협력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향후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계속 중국을 노골적으로 견제하면 대중국 투자와 무역이 급감해 경제성장이 정체되고 최악의 경우 외환위기가 초래될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차제에 중국이 다시는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지 못할 때까지 대중국 압박을 계속할지도 모릅니다."

▷중국이 미국을 추월해 패권국이 되려면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 할까요?

"일반적으로 패권국이 되려면 경제력, 군사력, 소프트파워 세 가지를 충족해야 합니다. 그런데 중국은 장차 이 세 가지 조건 중 어느 것도 충족하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중국의 경제력 성장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위기에 처한 상황이고, 설사 수십 년 후 중국 경제가 미국을 추월하더라도 미국의 군사력까지 추월하려면 훨씬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미국뿐 아니라 미국, 일본, 호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로 연결되는 미국의 동맹국 파워를 능가하는 군사력을 보유하는 것은 어쩌면 영원히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세 번째 요소인 소프트파워입니다. 물리적인 힘만으로는 패권국가가 될 수 없습니다. 패권국이 되기 위해서는 다른 국가들을 포용하고 자발적 지지와 추종을 이끌어낼 수 있는 새로운 가치관과 세계관을 국제사회에 제시해야 합니다. 하버드대 조셉 나이 교수는 중국이 소프트파워의 결함으로 인해 절대 패권국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중국이 설사 경제력과 군사력으로 미국을 추월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공산주의와 전체주의의 가치관으로는 세계의 진정한 지도자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과거 미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을 기치로 내걸고 세계 국가들의 자발적 지지를 받아 패권국으로 부상했습니다.

현재 중국이 보여주고 있는 소프트파워는 패권국이 되기에는 상당히 미흡하고 실망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중국이 그간 국제사회에 대해 보여준 것은 철저히 자기중심적이고 자국의 배타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대외정책이었습니다. 남중국해 대부분의 지역에 대한 중국의 시대착오적 영유권 주장은 그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지요. 중국은 과거 명나라 때 남중국해 전체가 자국 소유였다며 동남아 국가들의 코앞에까지 가서 소유권을 주장하고, 그러한 주장의 불법성을 확인한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에도 불복하고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유럽은 모두 이탈리아 땅이고 러시아는 몽골의 땅이고 중국 동북지방은 고구려의 후손인 한국에게 돌려줘야 할 것입니다.

그런 무리한 주장과 대외정책을 추구하는 중국이 앞으로 세계의 패권국이 된다면 과연 어떤 새로운 가치관을 국제사회에 제시할 수 있을지 의문시됩니다. 세계의 패권국은 돈과 무력만으로 이룩될 수 없습니다."

▷2015년 시진핑 정부가 발표한 '중국제조 2025'도 대사님께서 언급하신 '패권국이 갖춰야 할 3대 조건'과 상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의 대외정책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이른바 '대국(大國)'을 자처하는 나라가 너무 자국의 배타적 이익에만 몰두하고 남에게 무언가 베풀거나 도와주는 데는 극히 인색하다는 점입니다. 남중국해 문제뿐 아니라 '중국제조 2025'라는 국가목표도 유사한 문제점이 있습니다. 혼자만 독식하겠다며 2025년까지 세계 시장점유율을 70%까지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어느 국가가 중국 편을 들겠습니까. 미국뿐 아니라 다른 선진국들도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을 수 없을 겁니다. 이런 식으로 중국이 '자국의 이익만을 위한 대국화'를 추구한다면 다른 나라들의 집중적 저항과 견제를 받아 성장의 한계에 부딪히게 될 겁니다.

중국은 그간 경제성장을 전적으로 미국 등 자본주의 세계의 시장 개방과 투자, 기술협력 등에 의존해왔습니다. 그렇지만 세계화 분위기가 범세계적으로 끝나가고 있고 차제에 중국의 고질적인 불공정 무역관행들을 뿌리 뽑으려는 미국이 강력한 대중국 압력을 가하고 있어 중국의 제조업은 어려운 시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의 90%를 생산하는 희토류 강국이고, 미국이 수입하는 희토류의 80%가 중국산 희토류입니다. 중국이 희토류의 대미 수출을 금지하는 식으로 희토류를 '무기화'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자원전쟁이 어떻게 전개될까요?

"중국이 비록 세계 희토류 시장의 80% 이상을 점하고 있지만,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희토류를 '무기화'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중국이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대해 희토류 수출을 금지한다면 중국은 그에 따른 커다란 대가를 지불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미중 간의 기술전쟁이 화웨이만을 겨냥하고 있지만, 중국이 희토류 수출 전면금지라는 극약처방을 쓴다면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반도체 칩 등 핵심 부품과 기술의 대중국 수출을 전면 금지할 명분을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어떤 특정한 물자 전체의 수출을 금지하는 강대강의 싸움이 된다면 미국보다는 중국이 입을 손실이 훨씬 클 것입니다. 중국이 말로는 미국 위협하기 위해 희토류의 무기화를 암시하고 있지만 이를 실제로 강행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물론 중국의 반도체 산업도 이미 많이 성장했고, 한국 같은 나라가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중국에 반도체를 수출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반도체를 생산하려면 미국산 혹은 일본산 반도체 제조장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만일 미국과 일본이 그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이나 한국에 대한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을 금지한다면 양국의 반도체 산업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입니다."

▷중국이 희토류 시장을 거의 독식하고 있는데, 중국의 금수 조치에 대해 취할 수 있는 대책이 있을까요?

"2010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중일 간 영토분쟁이 격화하자 중국이 대일(對日) 희토류 수출을 금지했습니다. 그러자 일본은 '신(新) 원소정책'을 채택해 희토류 대체품을 생산하고 희토류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등 자체적인 체제를 갖췄습니다. 결국 손해 보는 쪽은 레버리지를 많이 상실한 중국이었습니다.

다른 나라들이 희토류를 생산하지 않는 이유는 중국산 희토류가 저렴해 자국산 희토류가 가격경쟁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막으면 미국의 동맹국들이 담합해 중국산 희토류 대신 호주 등 다른 나라에서 희토류를 사들이면 될 것입니다. 물론 그로 인한 불편이 작지 않을 것이나, 중국은 희토류 수출 금지조치에 대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무역보복을 반도체 산업 등 다른 분야에서 받게 될 것이므로 피해가 더 클 것입니다."

▷'미국이 남중국해에 군함을 파견해달라고 요청했는데 한국이 거절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미국과 동맹국들은 중국의 남중국해 영토 주장에 대항하기 위한 '항행의 자유' 작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미국과의 동맹관계나 한국 해군의 규모에 비추어볼 때,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해상훈련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이 대단히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과거 같았으면 응당 참가했을 작전이죠. 한국이 미국의 파견 요청을 거부한 것인지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결과는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오히려 미국이 한국 함대를 초청조차 하지 않았다면 그건 더욱 심각한 일이 되겠지요.

한국은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고 훈련에 참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한국 정부는 미중 사이에서 중립적 입장을 취한다고 그런 결정을 내렸을지 모르나, 그건 너무 순진한 생각입니다. 그러한 훈련 불참을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중립' 의지로 해석하지 않고 중국 입장에 기울어진 친중적 행동으로 해석할 것입니다. 어느 공동사회에서 누가 나쁜 짓을 해서 다들 비난하는데 유독 한 사람만 동참을 거부하고 침묵한다면 다른 이들은 그가 범인과 한통속이라 생각할 것입니다. 그건 세상의 평범한 이치지요.

이 훈련에 불참함으로써 한국 정부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수호 의지에 동감하지 않는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들이 누구입니까? 그들은 한국에 전쟁이 나면 제일 먼저 총 들고 달려올 나라들이기도 합니다. 한국이 그들과 뜻을 달리하고 중국에 영합함으로써 과연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미국의 對中 '5G 동맹' 혹은 '반(反) 화웨이 동맹'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연장선상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영국, 일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외 또 어떤 국가가 동참할 것이라고 보십니까?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궁극적으로 중국을 포위해 중국의 패권도전을 저지하기 위한 전략이며, 화웨이 문제는 그러한 미중 패권경쟁과 직결된 불가분의 일부라고 봅니다. 일종의 전초전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따라서 정도와 완급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미국의 동맹국들이 이에 가담하지 않기는 어려울 것이며, 궁극적으로 미국의 동맹국 중 대부분이 '반(反) 화웨이 동맹'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난 수십년간 캐나다, 일본, 호주, 뉴질랜드,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델란드, 이탈리아, 벨기에, 오스트리아, 스웨덴, 스위스 및 여타 대다수 EU 국가들이 미국의 중요한 대외전략과 국제분쟁 개입에 동참해왔고, 현재도 이들이 미국 진영의 주축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라크, 아프간 전쟁에 파병한 것도 이들이었고, 1950년 한국전쟁에 파병한 것도 대부분 이들 국가였습니다. 여기에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선진 민주국가의 대부분이 포함돼 있습니다. 화웨이 문제에서도 궁극적으로는 이들 대부분이 미국 주도의 집단행동에 동참하게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난해 인도는 '미국의 중국 봉쇄 전략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고, 러시아판 사드인 S-400을 구매하기도 했습니다. 인도의 이러한 행보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미중 패권전쟁에 어떤 영향을 준다고 보십니까?

"인도는 아직은 중국보다 경제력이 미약한 개발도상국입니다. 중국 봉쇄전략에 가담할 만한 군사력이나 경제력도 없습니다. 따라서 인도가 미국 편을 들지 않는다고 해서 미국 입장에 동조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비동맹 국가인 인도가 평상시에 미국 진영에 가담할 이유는 없을 것이나, 최소한 미중 대립에서 중국 편은 들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인도는 향후 미중 양국 중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도래할 경우 당연히 미국 진영에 합류할 것으로 봅니다. 인도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있어 대중국 포위망을 형성하기 위한 불가결한 협력자입니다.

인도가 러시아판 사드인 'S-400'을 구매한 것은 정치적 선호 때문이 아니라 무기체계 때문이라고 봅니다. 인도는 냉전시대에 친소련 국가였기 때문에 무기체계도 러시아식입니다. 그래서 부품을 구입하고 무기를 추가 도입하려면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반대로 파키스탄은 현재는 중국과 가깝지만, 과거에는 친미 국가였습니다. 따라서 무기체계가 모두 미국산입니다. 무기와 관련 부품들을 여전히 미국에 의존하고 있죠.

현재 인도의 최대 가상적국이 파키스탄임을 감안한다면 인도가 S-400을 사들인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S-400은 러시아가 미국 군용기를 요격하기 위해 만든 요격미사일입니다. 따라서 인도가 파키스탄이 보유한 미국산 군용기들을 요격하기에는 러시아산 S-400이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 될 것입니다. 이는 인도와 미국 간의 우호 협력관계와는 무관한 별개의 사안입니다."

▷최근 일본이 중일 관계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일본과 중국이 가까워진다는 신호가 아닐까요?

"일본과 중국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강대국과 강대국 사이의 주권적이고 수평적인 관계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적대관계도 있고 분쟁도 많으나, 그와는 별개로 국제무대에서 협력할 일도 많습니다. 일본은 중국에 모든 할 말을 다 하고, 중국의 인권 문제, 대만 문제에도 개입하고, 센카쿠열도에 대한 영토분쟁도 치열하고, 과거사 문제와 무역분쟁도 있습니다. 중국은 가끔 일본에 대해 무역제재도 하고 군사적 위협도 하나, 일본이 그에 위축되거나 굴복하지는 않습니다. 그 때문에 때로는 양국관계가 험악해지기도 하나, 그런데도 두 나라는 국제정치 세계에서 나름대로 협력도 하고 사안에 따라서는 합종연횡도 합니다.

일본뿐 아니라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중국에 대해 명확한 목소리를 냅니다.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영토적 야욕을 비난하기도 하고, 티벳 문제와 중국 인권문제에 개입하기도 하고,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기도 하고, 중국의 강력한 경고를 무시하고 달라이라마를 버젓이 초청하기도 합니다. 그들은 중국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고 국격과 주권을 지키며, 중국의 제재로 경제적 손실을 보아도 개의치 않고, 지난 세기의 과거사에 몰입돼 미래의 이익과 기회를 포기하고 역사를 역주행 하는 일도 없습니다.

이러한 자세는 중국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은 이따금 국제정치 전략상 혹은 국내정치적 목적상 일본과의 과거사를 꺼내 들고 반일민족주의를 부추기곤 하지만, 그것은 단지 국가 대외전략 수단 중 하나에 불과하며 그것이 중국의 궁극적 국익이나 원활한 대외관계를 가로막은 적은 없습니다. 한일관계보다 훨씬 많은 갈등을 겪고 있는 일중 양국은 며칠 전 G20 정상회담에서 만나 서로를 ‘영원한 이웃’으로 정의하고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것이 선진국과 강대국들의 일반적 외교관행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관계는 험악했다가도 좋아지고, 좋았다가 다시 험악해지기도 합니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국제사회에서 이는 수시로 반복되는 일상사일 뿐입니다. 과거는 과거고 미래는 미래입니다.

70년도 넘은 이웃 나라와의 과거사에 매몰돼 그 원한과 증오를 외교의 기조로 삼고 자국을 국제사회와 절연하는 국가가 지구상에 한국 말고 더 있을까요? 만일 중국이 일본의 중국 침략에 대한 원한을 계속 잊지 않고 과거사에 몰입한다면, 미국이 일본의 진주만 공습을 잊지 않고 적개심을 길이 간직한다면, 만일 프랑스가 양차 세계대전 시 독일의 프랑스 침공을 길이 기억하고 증오한다면, 만일 베트남이 한국군의 베트남전 참전에 대한 원한을 길이 간직하고 한국과의 협력을 거부한다면, 이는 국제평화는 물론 해당국가의 국격이나 국익에도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중국 경사론'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한편, 여전히 '동북아 균형자론'과 '등거리 외교'를 주장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한미일 3자 협력을 강화해야 할까요?

"동북아 균형자론과 등거리 외교 주장은 한미동맹을 토대로 하는 한국 대외정책의 기조를 허물고 중국 쪽으로 더 많이 다가가자는 친중외교론의 다른 표현에 불과합니다. 지난 수십 년간 미국의 동아시아 안보정책의 핵심은 한미일 3자 안보협력이었습니다. 미국은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을 두 개의 축으로 하는 한미일 3자 안보협력을 통해 북한과 중국을 견제해왔고, 반대로 북한과 중국은 지난 수십 년간 눈엣가시인 한미일 3자협력을 와해시키기 위한 지속적인 공작을 전개해왔습니다. 이를 위해 그들은 한국 내의 반일 민족주의를 부단히 선동해왔고, 결국 한미일 3자협력 체제에서 가장 약한 고리인 한국을 이탈시키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한국이 거의 적국 취급을 하는 일본은 한국의 군사적 안전보장 체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그 역할은 과소평가될 수 없습니다. 일본에 배치된 5만 2천명 주일미군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한반도 유사시 2만 8천명의 주한미군을 긴급 지원하는 일입니다. 또한 동경에 설치된 주일 유엔군 사령부의 유일한 기능은 한반도 유사시 주한 유엔군사령부를 후방지원 하는 일입니다. 한반도 유사시 미국 본토에서 도래할 미군 증파병력은 대부분 일본 정부의 동의 하에 오키나와 등 주일미군 기지에서 재편성돼 한국전선에 투입됩니다. 또한 한반도 유사시 즉각 항모전단을 한국 해역에 파견할 미국 제7함대의 모항도 일본 요코스카항에 있습니다.

이처럼 한미일 3자 안보협력은 우리가 중국 및 북한으로부터의 안보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핵심적 요소이며, 3자협력이 파괴된 한미 양자동맹은 불완전하고 위태로울 수 밖에 없습니다. 중국과 북한이 이러한 한미일 3자 안보협력의 타파에 혈안이 된 것은 그들로서는 지극히 당연한 책략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 책략에 부화뇌동한다면 이는 우리의 국가안보 안보방어망을 스스로 해체하는 우매한 행위입니다. 한미일 3자협력은 대한민국의 국가안보를 위해 시급히 복원하고 강화해야 할 사안입니다. 일본을 단지 과거사나 독도를 불러 싼 분쟁의 상대로 간주하고 배척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안보나 국익을 위해 대단히 위험한 생각입니다."

▷최근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둘러싼 한일 갈등이 격화하고 있어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극복할 수 있을까요?

"한일관계와 한미일 3자협력을 복원하려면 국제정치적으로는 중국과 북한의 집요한 ‘한일 이간 전략’을 극복해야 하고, 국내적으로는 과도한 반일 민족주의를 자제하고 과거와 현재, 과거와 미래 사이의 현명한 균형을 이룩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한일 간 과거사도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과거 때문에 현재와 미래의 협력을 희생할 수는 없습니다. 과거사와 현재와 미래의 협력관계를 분리해야 합니다.

한미 관계는 상황이 악화해도 국내정치적 여건이 변하면 복원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일관계는 양국 상호 간에 반감과 증오심이 너무 많이 쌓여 앞으로도 희망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과거에는 한국이 일방적으로 일본에 원한을 가졌고 일본은 '옛날 일은 잊자'는 입장이었습니다. 일본은 독일인이 유대인에 대해 죄의식을 가졌듯이 식민통치라는 과거사에 대한 죄의식이 있었기 때문에 일본이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가급적 잘 지내자는 입장이었죠.

그러나 우리의 반일 정서에 대한 대응으로 일본 내에서 새로 형성되기 시작한 혐한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한국에 대해 부채의식이 있었던 구세대 일본인의 시대가 가고 이제 한국에 대한 빚이 없는 전후세대가 일본사회의 주축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양국 정부와 국민들이 모두 좀 더 인내하고 노력하고 미래를 위한 협력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 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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