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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 필드트립] 대륙의 심장, 대륙의 자부심 자금성을 가다
 
2014-10-14 10:41:34
대륙의 심장, 대륙의 자부심 자금성을 가다

김기현(동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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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성[紫禁城, 쯔진청]’은 1406년 명나라 3대 황제 영락제가 수도를 남쪽 난징에서 베이징으로 옮기면서 지어졌습니다. 전체 면적 72만㎡, 건축 면적만도 15만㎡에 이르는 거대한 건축물을 약 100만명의 사람들이 14년에 걸쳐 건설하였습니다.

자금성은 ‘자주색의 금지된 성’이란 의미로, 중국인들에게는 세상의 중심이자 신성한 장소로 인식돼 왔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백성들이 드나들 수 없었던 곳이기도 했습니다. 궁궐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황제, 황후, 고위 관리와 궁녀, 내시, 외국 사절단 정도로 제한적이었습니다. 그러나 근래에는 ‘고궁박물원’이라고 불리며 입장권만 있으면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됐습니다.

자금성에 입장하기 전, 저와 일행은 천안문 광장에 먼저 들렀습니다. 광활한 중국 대륙처럼 광장은 넓고 넓었습니다.

천안문 광장은 남북으로 880m, 동서로 500m, 총 면적 44만㎡로 세계에서 가장 넓은 도시 광장입니다. 광장 중앙에는 인민영웅기념비가 있고, 서쪽에는 중국의 국회의사당 격인 인민대회당(人民大會堂), 동쪽에는 중국역사박물관, 남쪽에는 마오주석기념관 등 주요 건물들이 위치해 있습니다. 그리고 북쪽에는 자금성에 들어가기 위해 지나야 하는 첫 번째 문, 천안문(天安門)이 보였습니다. 붉은 성벽에 걸려 있는 마오쩌둥의 초상화는 단연 인상적이었습니다.

천안문 광장은 중국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들의 현장이었습니다. 1949년 10월 1일 마오쩌둥은 천안문 광장에서 중화인민공화국 탄생을 선언했습니다. 1989년 6월 4일에는 민주화 운동을 위해 모인 시민들을 무력으로 진압한 천안문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중대한 사건들이 발생한 지역이라서인지 천안문 광장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엄격한 소지품 검사를 거쳐야 했습니다.



오후의 작열하는 태양의 열기를 그대로 흡수해 한창 달아오른 광장은 아지랑이가 피어올라올 정도였습니다. 그늘 한 점 보이지 그곳에서 저와 일행은 땀을 주르륵 흘리면서도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포토타임이 끝나고 이날 일정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자금성으로 향했습니다. 광장에서 천안문까지 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뚫고 지나가야 했습니다. 그리고 광장에서는 금세 갈 수 있어 보였던 천안문은 지하도를 통해 돌아가서 그랬는지 몰라도 꽤 멀리 있었습니다. 북경은 정말 대륙의 도시라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습니다.

천안문에 들어서면 자금성의 웅장함이 펼쳐졌습니다. 천안문 광장을 지나는 것도 꽤나 많은 시간을 걸어야 하는데 자금성 내부도 엄청난 규모를 자랑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그 넓은 공간을 수많은 인파가 가득 메우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입구부터 엄청난 스케일에 압도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금성의 중심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천안문을 거쳐 단문, 오문, 태화문까지 무려 4개의 문을 지나야 합니다. 수많은 인파에 떠밀려 정신없이 가다 태화문을 지나니 황제의 집무실인 ‘태화전(太和殿)’이 나왔습니다. 태화전은 중국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배경으로 꽤나 친숙한 곳인데, 무림 고수들이 뛰어다니는 영화 속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태화전 앞마당은 국가적인 행사와 의식이 치러졌던 공간입니다. 마당 한가운데에는 태화문과 태화전을 잇는 대리석 길이 높여 있는데 황제만이 걸을 수 있는 길이었다고 합니다. 이 길을 걸어올라 태화전 위에서 아래를 바라보면 광활한 중국 대륙을 통치하는 황제의 시선으로 자금성을 볼 수 있습니다. 드넓은 자금성에서 자신의 발아래 머리를 조아린 수많은 신하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황제를 생각하며 바라보니 왠지 모르게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자금성 곳곳에는 웅장함뿐만 아니라 섬세함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비늘부터 수염, 발톱까지 새새하게 그려진 용의 문양과 화려함 색감의 단청무늬가 자금성의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습니다. 현 세대에 이르러서도 제작방법을 알아내지 못했다는 황금빛 기와는 따가운 햇살 아래서 반짝이며 자금성에 신비로움을 더해주었습니다.

황제와 황후의 휴식을 위한 정원 어화원은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자금성 내부에는 자객이 숨어 들어오지 못하게 나무 한 그루 심어져 있지 않습니다. 어화원은 조금 삭막할 수 있는 자금성에서 꽃과 나무를 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었을 것 같았습니다.

자금성을 둘러보며 중국 대륙의 웅장함과 화려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소홀히 관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 여기저기서 물과 아이스크림을 파는 사람들, 심지어 담배를 피우고 바닥에 꽁초를 버리는 장사꾼들의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또 드넓은 자금성에 휴식공간이 거의 없다는 점도 아쉬웠습니다. 여유 있게 성을 감상하고 싶었지만 인파에 떠밀려 눈요기만 하고 이동해야 했습니다.

자금성과 천안문 광장의 구조는 경복궁과 광화문의 구조와 비슷했지만 규모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은 재건하기 위해 ‘원납전’을 거두어들이고, 백성들을 노역으로 부리면서 국가의 기반을 위협했던 점을 생각하면, 경복궁의 수백배 규모의 자금성 건설에 얼마나 많은 백성들이 희생되었을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붉은 성벽과 황금빛 지붕으로 뒤덮인 자금성! 웅장한 스케일속의 세밀함 속에서 대륙의 드넓은 포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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