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 관점에서 바람직한 정부 역할

첫째는 국가안보와 사회질서 즉 [국방과 법치]가 기본입니다. 국민의 생명과 자산을 보호하는 안보와 국방이 정부의 기본임무임은 말할 필요도 없지요. 그리고 법치에서는 특히 개개인의 자유를 포함한 기본적 인권과 사적 재산권의 보호가 가장 중요하지요. 기본적 인권의 보장?인간의 존엄성, 자유권, 행복추구권 등?의 중요성은 논란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만, 재산권의 보장도 실은 기본적 인권보장의 물적 기초가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경제적 재산권 없이는 정치적 자유권을 지키기 어렵다는 역사적 경험에서 나온 것이지요.

우리사회에서는 특히 안보의식, 국방정신이 약합니다. 해방 후 지금까지 한반도 안보는 미국에 의지한 바가 대단히 컸습니다. 한미동맹의 우산 아래서 안보에는 상대적으로 덜 노력하면서 우리는 경제발전과 민주화에 올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산업화와 민주화에는 성공하였지만 안보와 국방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인식이 일반적으로 대단히 약합니다. 앞으로는 그래서는 안 될 것입니다. 자주국방을 위한 자강(自强)노력을 훨씬 강화하여야 하고 국민 모두가 높은 안보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또한 우리사회에 법치 위에 ‘떼법’이 있다고 하는 데, 이는 크게 잘못된 현상입니다. 법은 엄정하고 정확하게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이 예외 없이 집행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법치의 생명입니다. 법치에 예외가 생기거나 법치 자체가 무시 혹은 파괴되면 자유사회가 즉 자유주의가 유지될 수 없습니다. 자유주의 지속의 필수조건이 국방과 법치입니다.

둘째는 시장경제에서의 자유 공정경쟁질서의 확보가 중요합니다. 이것이 정부의 중요역할의 하나이지요. 시장경제질서의 장점은 사회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은 각자 자기이익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하지만 그 결과는 공익의 증대로 나타난다는 데 있습니다. 각자가 자기 돈을 벌려고 노력하지만 자유공정경쟁의 결과로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는, 싸고 좋은 물건 만이 시장에서 성공하게 된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독과점과 특혜, 끼리끼리 담합 등을 없애고 시장 질서를 자유공정질서로 만드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정부의 역할이지요. 그래야 경제적 자유주의가 마음껏 꽃 피울 수 있습니다.

공동체주의 입장에서 바람직한 정부 역할

첫째는 우선 시장경제에서 참여할 수 없는 분들에 대한 정부의 보호지원이 중요합니다. 몸이 아프거나 노령으로 노동능력이 없어 취업을 못하는 분들에게 최소한의 생활을 지원하는 것이 기본이지요. 그리고 취업의사가 있는 데 교육이나 직업능력이 부족하여 취업을 못하고 있는 경우에는 이들에게 교육과 직업훈련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교육이나 훈련을 받고 싶어 하나 가계가 어려워 못 받는 경우 이들에게 장학금과 훈련금을 지원하는 것도 당연한 정부의 책무이지요.

둘째는 ‘국가대전략’(national grand strategy)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모든 사회구성원들에게 인간적 존엄과 자유, 그리고 자기선택의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은 기본입니다만, 개인들의 판단과 선택의 총합이 공동체전체의 이익과 합치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개인보다 국가는 미래계획에 대해서 시계(視界)가 더 깁니다. 즉 장기적 시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또한 개인보다 국가는 여러 분야를 통합적 내지 총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종합정보를 더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계가 장기적일 뿐 아니라 통합적?종합적입니다.

따라서 개인과 공동체의 발전을 동시에 이루기 위해선 개개인의 소아적(小我的) 합리성에 기초한 개개인의 미래전략 외에 국가의 대아적(大我的) 합리성에 기초한 미래전략, 즉 국가대전략이 필요하게 됩니다. 공동체자유주의는 국가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물론 국가전략이 개개인의 미래전략을 억압하고 이를 대체하려 들면 안됩니다. 그러나 정부는 국가대전략을 만들어 개개인의 미래전략에 큰 방향을 제시하고, 필요하다면 여러 가지 도움을 주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또한 개개인의 미래전략이 커버 되지 않는 분야?국방전략, 인구전략, 인적자원전략, 과학기술전략, 환경전략, 국토전략 등등?의 분야가 있습니다. 이들 분야에선 반드시 국가전략이 앞장서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개개인이 이러한 국가전략을 참고로 자신들의 개별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의미의 국가대전략을 짜고 추진하는 것이 국가공동체로서의 정부의 중요한 역할의 하나입니다.

공동체자유주의에서는 이상의 네 가지가 기본적인 정부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한 가지 추가하고 싶은 것은 국민과 지도자(공직자 등)들에 대한 [선비정신교육]입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에서 사실 개인의 발전과 공동체의 발전을 동시에 이루어 나가려면?인격완성과 공동체완성을 동시에 이루어 나가려면?가장 바람직한 것은 실은 국민도 지도자도 모두 [선비정신]을 가지는 것입니다. 선비정신이란 공(公: 국익 내지 백성 이익)을 앞세우고 사(私: 사익 내지 집단 이익)를 자제하는 자세입니다.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정신입니다.

물론 모든 국민들에게 사욕을 아주 없애고 오직 공익만을 생각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겠지요. 철저한 멸사봉공(滅私奉公)까지는 요구할 수 없지요. 국민 다수가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식의 이기적 자유주의를 고집하면 공동체는 발전하기 어렵습니다. 사욕을 아주 버릴 수 없으나, 공동체의 공익을 소중히 하는 자세, 환언하면 사익(私益)과 공익(公益)의 조화를 위해 노력하는 자세는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그 국민 개개인도 그리고 국가공동체도 품격이 올라가고 함께 발전할 수 있습니다.

사실 국민교육보다 더 강조되어야 하는 것이 지도자 내지 공직자 교육입니다. 공동체의 지도자들은 일반 공동체의 구성원, 즉 일반국민보다 몇 배 더 공(公)을 앞세워야 합니다. 선공후사의 정신이 몇 배 더 강해야 합니다. 그래야 지도자이고 공직자입니다. 그러할 준비가 안 돼 있으면 공직이나 지도자의 자리에 나서서는 안 되겠지요 .

다시 강조하지만 우리는 어떤 공동체이든 이러한 선공후사의 선비정신이 없이는 발전할 수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우리는 공동체의 지도자는 [큰 선비정신]?사익보다는 공익을 더 많이 우선하는 정신?을 가져야 하고 일반 구성원도 반드시 [작은 선비정신]?사익과 공익을 조화하려는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성원 모두가 어느 정도의 선비정신, 즉 공(公)을 소중히 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고 , 그래야 개인도 공동체도 발전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공동체자유주의는 기업인 다수가 선비정신을 가지는 [선비자본주의], 그리고 정치인들 다수가 선비정신을 가지는 [선비민주주의]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야 우리나라의 [민주자본주의]가 발전하고 개인과 공동체의 발전이 동시에 이루어진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선비민주주의와 선비자본주의를 만들기 위한 [선비형 정치인] [선비형 기업인]들을 교육하고 육성하는 것?그러한 [선비형 정신문화]를 북 돋우는 것?이 [공동체자유주의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