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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지금이 ‘붕당 싸움’을 끝낼 적기다
 
2020-04-23 14:45:55

◆박재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의 칼럼입니다.

 

21대 총선이 끝났다. 민심은 예상보다 더 한쪽으로 쏠렸다. 너도나도 야당의 패인을 들추면서 환골탈태를 주문하고 있다. 허약한 야당이 귀담아 들을 쓴소리들이다. 여당도 자만해선 안 된다. 무한책임을 지게 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법안 처리 등 정책의 추동 여건이 나아졌지만, ‘촛불 집회’의 정신이었던 ‘협치(協治)’의 여지는 오히려 줄었다.

게다가 이번엔 양 진영 다 결집해 완충지대가 쪼그라들었다. 세대 갈등과 지역 앙금도 다시 도드라졌다. 대화와 타협 대신 정쟁과 편 가르기에 따른 갈등이 고조될 수 있다. 벌써 여권의 어느 당선인은 ‘세상이 바뀌었다는 걸 확실히 느끼도록 갚아주겠다’는 글로 싸움의 결기를 드러냈다. 탈북 외교관 당선인과 그 지역구민들을 겨냥한 유치한 조롱성 글에도 걱정이 앞선다.

모름지기 국회의원은 당리당략과 진영논리에 빠진 ‘정치인(politician)’이 아니라 양심과 국리민복을 좇는 ‘정치가(statesman)’가 돼야 한다. 최소공배수를 찾아 그 동심원을 넓히고 차선을 수용하는 ‘덧셈 정치’를 펴야 한다. 안 그러면 기껏 제로섬에 머물거나, 심지어 뺄셈의 ‘음합(陰合) 게임’으로 치달아 공멸한다. 원수지간이라도 생각의 차이는 의외로 크지 않다. 이혼한 부부 상당수는 사소한 계기로 확전을 거듭하다 파경에 이른다.

‘정치가’의 표상은 미국 제4대 대통령 제임스 매디슨이다. 그는 특정 계층만 대변하는 ‘붕당정치’를 뛰어넘어 상생의 타협책을 모색하는 공화정을 신봉했다. 그런 까닭에 매디슨은 남부·성공회·농장 출신이면서도 북부·침례교·상공업까지 배려했다. 갓 독립한 미국은 1790년대 후반 연방주의자와 공화주의자의 극한 대립으로 뒤숭숭했다. 영국과 가까웠던 연방파는 공화파가 프랑스를 뒷배로 지방분권을 강화해 연방을 무력화하고 프랑스혁명에 버금가는 혼란을 부추긴다고 봤다. 공화파는 애써 독립을 쟁취했더니 연방파가 미국을 영국 왕권에 사실상 복속시키려 한다고 오해했다. 둘 다 터무니없는 억측이었지만, 한때 양측은 내전과 분리독립까지 불사할 만큼 심각하게 맞섰다.

1798년 연방정부와 의회를 모두 장악한 연방파는 미국 역사에서 최악의 입법으로 불리는 네 개의 법률을 통과시켰다. 프랑스계 이민자와 공화파에 대한 탄압이 그 목적이었다. 이민자의 귀화 대기시간은 5년에서 14년으로 늘었고, 적대국 출신은 추방될 위험에 처했다. 연방정부·의회에 대한 비판적 선동·기고·출판은 범죄로 규정됐다. 연방파는 현직 대통령(2대 존 애덤스)의 재선을 노려 이들 법 시효를 차기 대통령 취임일(1801년 3월 3일)로 못 박는 꼼수까지 썼다.

극단은 또 다른 극단을 불렀다. 일부 강경 공화파는 버지니아 등의 분리독립을 외쳤다. 독립선언서를 기초한 토머스 제퍼슨(3대 대통령)조차 주 정부의 연방법 무효선언권을 인정하는 위헌적인 자구책(‘켄터키 결의’)을 내놨다. 전운이 무르익자 공화파였던 매디슨이 ‘버지니아 결의안’으로 돌파구를 텄다. 악법은 인정하되 주 정부가 그 집행에 관여·중재할 권한을 지닌다는 그의 절충안이 파국을 막았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했다. 독주하던 연방파는 뒤이은 1799~1800년 선거에서 대통령은 물론 양원 다수까지 공화파에 내줬다. 한때 붕당정치에 앞장섰던 제퍼슨은 1801년 대통령 취임사에서 “우린 모두 공화파이자 연방파”라며 화합 노선을 천명했다. 이후 붕당 싸움이 잦아들고 중도층에게 뿌리를 내린 공화파는 25년 장기 집권했다.

미국 연방파와 공화파가 영국·프랑스와 친소관계를 놓고 서로 헐뜯은 모습은 오늘날 친일파니 친중 사대주의니 다투는 우리와 닮았다. 17세기 조선 효종 어머니의 복상을 놓고 남인과 서인이 격돌한 ‘예송(禮訟) 논쟁’은 실속 없는 붕당 싸움의 전형이다. 19세기 후반 ‘위정척사운동’ 역시 민생보다 선악 이분법에 바탕을 둔 붕당정치의 수사에 불과하다.

이젠 그런 교조적인 폐습과 결별하자. 1801년 공화파처럼 거대 여당이 야당에 먼저 손을 내미는 게 좋겠다. 힘만 믿고 독주하다간 연방파가 당했듯 역풍을 맞을지도 모른다. 건강한 야당의 복원은 야당 몫만이 아니다. 역설적이지만, 여당을 비롯해 모두 나서야 한다. 야당이 창의적인 정책과 유능한 인물을 갖춰야 정부·여당도 뜀박질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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