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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한일갈등 현안과 과제: 외교적 해법을 중심으로] 통권106호
 
2019-07-23 13:09:36
첨부 : 190723_brief.pdf  
Hansun Brief 통권106호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1. 일본의 대일수출규제의 배경


일본은 세 개 항목의 수출규제를 통하여 한국에 대한 보복을 시작하였다. 이번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는 일본이 독한 마음을 먹고 치밀하게 준비한 도발이다. 지난 10월 징용공 대법원 판결 이후 일본이 보복할 것이라는 것은 예견된 상황이었다. 게다가 일본 정치가들은 반도체 등 한국 경제에 가장 중요한 부분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예고까지 했다.

일본 정부의 독기 서린 수출규제조치는 그동안 징용공 문제에 대한 불만, 대북정책에 대한 초조함, 한국에 대한 피로감이 결합된 복합적인 불신에서 치밀하게 준비된 것이다. 단지 참의원 선거에만 이용하려는 일시적인 공세가 아니다. 일본은 한국 경제가 커지는 것에 대한 견제장치를 마련하려는 음모조차 엿볼 수 있다. 따라서 일본의 공세는 세 가지 품목의 수출규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2차 공세인 화이트 국가의 명단에서 삭제하는 수순이 남아 있다. 그 이후에는 공작기계, 탄소 섬유와 금융제재 등의 보복조치를 예고하고 있다.

일본 내에서도 아베 총리의 수출규제조치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분위기가 있다. 최근 일본은 반한 정서가 확산된 것은 사실이지만, 아베에 대한 행동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지금까지의 한일관계를 생각하면 아베의 행동은 철부지와 같다는 반응이다. 한국에 한방을 날려야 한다는 우파의 주장에 편승한 아베가 외무성을 배제한 채 보복조치를 비밀리에 진행한 것에 대해서는 일본국민들도 좀처럼 지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무역으로 선진국이 된 일본이 무역으로 한국에 대한 보복조치를 한 것에는 더욱더 비판적이다. 게다가 아베가 힘에 의존하면서 한국을 거칠게 몰아붙이는 것은 한국에 대한 차별의식의 발로라고 인정하는 소수 의견도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정작 여당인 자민당 내에서는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자민당 정치가들이 아베의 지지율에 눌려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또한 자민당 내의 매파가 분위기를 장악하자 친한파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게다가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큰 경제계도 건전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목소리 큰 비판적인 여론에 묻혀 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한국이 합리적인 대안을 내더라도 일본이 타협할지는 의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일본의 수출 규제조치에 갑자기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허둥대고 있다. 세계 일류기업인 삼성조차도 이러한 위기 상황을 예측 못 했는지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허겁지겁 일본으로 날아갔다. 이런 위기 상황을 빨리 관리할 수 있는 단기적인 대책이 필요하건만, 정부는 WTO 제소, 국제사회에 호소라는 중장기적인 대책에만 매달리고 있다. 또한 국산화에 대한 대책을 내놓으면서 기업과의 협의를 강화한다고 한다. 71일 이후의 정부의 대책을 보면 단기적인 대책은 마련하지 못한 채 아베 정권이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난 목소리 이외에는 한국 정부의 대응책이 없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리고 7월 초에는 정부 일각에서 참의원 선거 이후 일본의 자세가 누그러질 것이라는 기대마저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일본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은 채 한국의 기대와 감정이 앞서 한국의 올바른 대응을 어렵게 한다.

 

2. 한국의 전략적 대응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인한 한일갈등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일본 참의원 선거 이후에도 수출제재 조치가 확대될 가능성마저 있다. 지금 당장 경제적인 피해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선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의 위기 상황이라고 말한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해 한국 수출의 30%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이 주춤할 경우 다른 국가들이 빠르게 틈새시장을 공략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경제는 2% 정도의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가정할 수 있다. 따라서 재계에서는 일본의 수출 규제가 한국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하고 있다.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인해 한국은 명분과 국익의 갈림길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아베 총리가 재임하는 한 일본으로부터 식민지 시대의 잘못을 인정받으면서 현재 일본의 수입규제 조치의 철회를 받아내기는 힘들게 되었다. 이런 때일수록 한국은 냉정하고 전략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외교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의 바람직한 대응으로 외교적 대화(48%), 부품 소재 국산화(30%), 세계무역기구(WTO) 제소(10%)를 꼽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참에 1965년 기본조약의 문제점을 바로잡아 역사적인 정의를 세워야 한다는 원칙론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일관계에서는 도덕적인 우위가 한국에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도 일본의 잘못을 인정할 것이라는 낭만적인 주장마저 있다. 심지어는 논개와 같은 절개를 가지고 일본에 피해를 주어야 한다는 말까지 한다. 그러나 감정적인 반일은 절대로 극일(克日)을 할 수 없다. 일부에서는 일본과의 외교적인 대화를 하는 것이 한국이 마치 굴복하는 것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조금 다르다. 역사와 경제를 분리하여 단기적으로 경제의 피해를 줄이는 데 정부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역사문제는 장기적인 과제로 일본과의 협의를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한·일이 감정적인 대립을 할 때 미국이 중재자 역할을 해온 것에 기대를 거는 목소리도 있다. 문제는 미국조차도 별로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오바마 대통령과 달리 트럼프는 한일의 역사 갈등에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미국의 이익을 위하여 동맹국을 압박하더라도 경제적인 이익을 보려고 한다. 일본이 한국 반도체를 규제하는 것은 미국 기업에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게다가 일본이 교묘하게도 수출규제의 이유를 수출규제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북한 유입 가능성을 들고 나왔다. 미국이 북한의 국제제재를 유지하고 단속하는 상황에서 일본이 북한 문제를 이유로 한국을 규제한다고 하면 미국도 섣불리 나서기 힘들다.

이번 일본의 도발을 계기로 한국의 대일 자세를 새롭게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한국이 일본과의 외교적인 협상을 이기기 위해서라도 지일파를 많이 육성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청와대화 외교부에서는 일본 관련 휴민트(HUMINT, 인적 정보망)가 서로 없다. 일본 내 사정에 밝지 못하면 정보전에 이길 수 없고, 향후 정계보복 관련 협상에서도 승리할 수 있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반일이 곧 애국이라는 생각이 팽 패해 있다. 반일을 넘어 극일을 하기 위해서라도 정부 내의 일본에 대한 지일파는 필요하다. 그리고 일본과의 관계를 승패로 생각하여 외교적인 타협을 굴복이라고 본다. 이렇게 되면 장기적인 국익의 고려는 어려워지며, 지일파가 활동할 공간은 없어지게 마련이다. 상대방이 있는 외교관계에서 국익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냉정하고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 따라서 국익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각하고 냉정한 전략적 대응을 할 수 있는 정치적 환경이 만들어져야 대일정책도 바로 설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한국 정부가 일본의 잘못된 점을 국제사회에 호소하고 WTO에 제소하여 일본의 부당한 조치에 대해 알리는 것은 더욱더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특히 일본이 주장하는 전략물자의 북한 유입설에 대해서는 한국의 국제적인 이미지와 관계된 만큼 더욱더 강경한 자세로 일본의 부당성을 격파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에 불량국가의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아베의 불순한 의도를 미연에 차단할 수 있다. 또한 힘의 논리를 앞세운 일본의 비열한 행동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게다가 역사문제에 대한 불만으로 경제 보복 조치를 단행한 아베의 행동이 얼마나 국제사회의 상식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을 일본 사회에 설파하여 한국의 우군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유연한 양면전략이 필요하다. 강온을 적절히 구사하면서 상대방 국가의 윈셋(Win Set)을 열기 위한 양면 게임이 불가피하다.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가 일본에게도 얼마나 피해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자료를 만들어 일본 내 지지 세력을 확보해야 한다. 일본 내의 피해 기업들이 한국을 지지할 수 있을 때 일본의 수출규제조치는 해제될 수 있다. 또한 한국이 한일관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는다는 이미지가 만들어질 때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주장은 더욱더 신뢰를 받을 것이다.

한편에서는 이번 수출규제가 징용공 문제에서 비롯된 만큼 일본과의 외교적 대화에도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이 점에서 정부는 수출규제의 부당성에 대한 단호한 대책과 더불어 한일 관계에서 전략적인 타협도 시사해야 한다. 징용공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과의 외교적 교섭은 피할 수가 없게 되었다. 이를 고려한다면 도덕적 우위를 가지고 있는 한국이 수세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공세적인 외교를 펼쳐야 한다.

우선 한국 정부가 제시했던 1+1의 재단안을 보완하면서 일본과의 적극적인 외교적 교섭을 할 필요가 있다. 징용공 문제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일본기업의 반인도적인 행위에 대한 지적이었던 만큼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에 일본기업의 반인도적인 문제를 강력하게 제기하여야 한다. 그와 별도로 한국 정부가 해야 할 피해자의 역할에 대해서도 정치적인 결단을 내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즉 한국 정부는 위안부 문제와 마찬가지로 징용피해자들에게 구제조치를 실시하면서 1+1+@의 해법을 일본에 제시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징용 피해자에 대한 구제조치를 실시한다는 원칙이 서면 ‘2018년 대법원 판결에 따라 징용 피해자들에게 우리 정부가 먼저 배상금을 지불한 뒤 일본 정부와 외교협상을 벌인다선지급 후 구상권제안을 해도 좋을 것이다.

좀 더 나아간다면 한국이 경제성장으로 재정규모가 커진 만큼 식민지 시대 피해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지불하고, 일본에게는 사죄와 반성을 요구하는 도덕적 우위의 입장을 견지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한국이 돈을 구걸한다는 비판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의 도덕적 우위의 입장도 견지할 수 있을 것이다.

 

3. 한일 정상의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


지금 상황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문제를 풀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야 한일관계의 실마리를 풀 수 있다. 아무리 실무진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마련하더라도 대통령이 이를 실천할 의지가 없으면 헛일이다. 또한 국민들의 애국심을 부추겨 국내 정치에 이용하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정부가 국제관계에서 국익을 생각하지 않으면 누가 국민들을 보호할 수 있겠는가?

양국이 원점으로 돌아가 정상끼리의 신뢰를 회복하는 작업이 추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양국이 서로에 대한 신사협정을 준수해야 한다. 우선 정부는 국민들을 자극하는 발언을 피해야 한다. 고노 외상과 남관표 주일대사의 격돌은 한일관계가 갈 데까지 간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처럼 정부 고관이 국내를 의식한 발언을 지속하면 해결은 더욱더 어렵게 할 뿐이다.

둘째 1965년 한일기본조약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준수한다는 것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반인도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일본의 법적 책임을 추궁하면서도 한일기본조약의 틀을 깨뜨리지 않는다는 것은 명백히 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한 불신이 이번 사태를 불러일으킨 만큼 한국의 입장 표명은 중요하다. 셋째 일본 역시 한국이 중요한 우방국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현재 일본에서는 수출규제 조치를 통해 한국이 우호국이 아니라고 선전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한국이 적국이라는 것으로 비춰지는데 이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중요한 우방국으로 인식을 분명히 할 때 한일관계의 개선이 모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일 양국이 한일관계를 재구축하려는 의지를 갖출 때 한일 정상들이 솔직한 대화를 통해 지금의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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