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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대구·경북 주민과 의료진에게 격려를] 통권123호
 
2020-02-27 17:05:45
첨부 : 200227_brief.pdf  
Hansun Brief 통권123호  


이용환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

1. 사진에 담겨진 의미

때로는 사진 한 장이 모든 것을 함축하고 대변한다. 세장의 현장 사진을 예로 든다. 먼저 마스크를 사려고 마트 앞에 길게 줄을 선 사진이 우리 모두를 답답하게 한다. 세계 7개국만 가입되어 있는 30-50클럽의 하나인 대한민국에서 이런 현상이 발생하다니 안타깝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매장이 열리기 전부터 일찍 나와서 대기하다가 몇 장이라도 산사람은 안도의 표정이다. 기다리다 한 장도 사지 못한 사람의 얼굴에 한숨이 서린다.

 

시민들은 마스크 품귀현상에 울화통을 터뜨리고 있다. 마스크 부족에는 정부가 한 몫을 했다. 중앙정부와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중국에 마스크를 기부하면서 정작 국민이 쓸 마스크가 부족해진 것이다.  마스크 관리도 허점을 보였다. 일부 상인들의 매점매석과 수출을 단속해야 했다. 정부는 국민들의 아우성이 터지자 그제서 단속에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260시부터 430일까지 한시적으로 마스크 판매업자의 수출을 원천 금지했다.

 

두 번째 사진은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긴급 이송된 환자를 돌보다 지쳐서 쪽잠 자는 방호복 차림의 대구 의료진 사진이다. 가슴이 찡하고 먹먹하다. 이 사진이 지금 대구와 경북에 의료 인력이 얼마나 부족한 것인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지역의 의료진들이 모든 힘을 쏟는 희생정신을 발휘하여 버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은 밀려오는 환자를 치료하느라 잠잘 장소도 시간도 부족했을 것이다. 얼마나 피곤했으면 침대도 아니고 바깥 의자에 앉아서 잠이 들었을까? ‘사람이 먼저라고 강조한 정부라면 코로나19 극복의 최전선에 있는 의료진 대우를 제대로 해주어야 한다. 의료진이 아프거나 감염되면 질병통제는 더 어려워진다는 것을 되새겨야 한다.

 

세 번째 사진은 225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눈물을 닦는 모습을 보인 대구 남구청장의 사진이다. 대구 남구청장 뿐만 아니라 이를 본 사람들까지 가슴을 울리게 한다.  "사태가 마무리된 후에 매우 심각한 후유증을 겪을 것이고 조기 정상화를 위해서 꼭 필요한 지원 요청이 있다"A4용지 두 장을 대통령에게 건넸고, "제발 도와달라"고 호소하며 눈물을 닦고 있다. 이미 구청장의 눈물에서 할 말을 다 해 버렸지만 그래도 못미더워서 문서까지 전한 것이다. 유완식 대구의료원장은 대통령에게 "얼마나 필요한지 묻지 말고 무조건 주시면 아껴 쓰겠다"고 말했다. "이 사태는 결국은 우리들이 반드시 이겨야 하고, 이겨나갈 수 있다"고 다짐하는 모습에 박수가 쳐진다.

 

2. 위대한 대구시민과 경북도민

코로나19 확진환자가 발생 37일 만에 1,000명을 넘어섰다. 오늘(227) 09시 기준 1595명이다. 이 와중에서도 가장 고통받는 지역은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대구와 경북지역이다. 도심에는 인적마저 끊기고 시민들의 일상은 무너져버렸다. 삶의 현장이었던 500년 된 대구 서문시장은 25일부터 6일간 휴장했다. 사스, 메르스, 2016년 화재 때도 일부 상가는 장사를 했던 곳이다. 대구시는 국채보상운동 기념일인 지난 21일부터 2·28 민주운동 기념일까지 모든 행사를 취소했다

 

이 사태가 언제 진정될지 모르는 답답한 상황에서 대구시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는 발언이 나왔다. ‘대구 코로나19 대응 [범정부특별대책지원단] 가동이라는 정부의 220일 보도 자료이다. 정부 스스로 코로나 발병지인 우한 폐렴을 쓰지 말라고 한 것이 불과 며칠 전인데 지명을 붙인 제목을 달았다. 마음의 상처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는 당??청 회의가 끝난 후의 결과 브리핑에서 또 다시 민심을 뒤집어 놓았다.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대구와 경북 청도지역을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해 통상의 차단 조치를 넘는 최대한의 봉쇄 조치를 시행해 확산을 조속히 차단하기로 했다"고 말한 것이다. ‘봉쇄발언으로 시민들의 분노가 일어나자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코로나19 전파와 확산을 최대한 차단한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이때는 이미 대구시민과 경북도민들이 정부보다 앞서 이 사태를 극복하고자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자발적으로 외부와 격리 조치를 하고 음식점은 물론 상가도 솔선해 문을 닫았다. 외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하여 성당·교회·사찰도 종교 행사를 멈추고 출입을 막고 있다.

대구시민과 경북도민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하여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일부 보도에는 마트 진열대에 물건이 없는 사진이 게재되기도 했지만 그 매장 관계자는 규모가 작아서 재고 물량 비축이 적었을 뿐 평소와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대구 밖에서 오히려 더 걱정을 하다 보니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대구시민과 경북도민들은 공동체 의식을 발휘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온정의 물결이 펼쳐지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건물주가 손님이 줄어 어려움을 겪는 세입자에게 월세를 줄여줌으로써 상생의 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무료 방역에 나선 업체도 있다. 유통업체는 시중 가격의 반인 800원대로 마스크를 팔고 있다. 공방을 운영하는 부부와 동료들이 힘을 합쳐 마스크를 직접 만들어 마스크를 구하기 힘든 쪽방 거주자를 비롯한 저소득 취약계층 이웃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대구 고산3학생 둘이 국내외 코로나 현황을 알려주는 코로나나우(CoronaNOW) 앱을 개발하고 수익으로 마스크까지 기부하고 있다. 음식 값 대신 마스크를 받아서 기부하는 식당 주인도 있다. 자가 격리중인 이웃에게 생필품을 전달하는 온정의 봇물도 이어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대구시민과 경북도민에게 힘내라고 보내는 국민들의 응원과 함께 '#대구 힘내라' '#대구 파이팅!' 같은 해시태그가 숱하게 올라왔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기업과 연예인들의 기부도 잇따르고 있다. 어려울 때 더욱 발휘되는 것이 우리 특유의 상부상조하는 상생의 공동체정신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가 우리의 아름다운 공동체 덕목을 다시 발현시키고 있다.

 

3. 고결한 직무윤리 실천과 공동체 의식 발휘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하여 의료인들이 자기 사업을 포기하면서까지 자원봉사에 나서고 있다는 보도가 우리를 훈훈하게 한다. 전국적으로 번진 코로나19로 모두가 우울한 상황에서 의료인들이 퇴치할 수 있다는 희망을 불러일으켰다. 정부로부터 101명의 군() 의무 인력을 파견 받았지만 급격하게 늘어난 코로나19 확진자를 담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인력 지원이 다급한 상황에서 의료인들이 자발적으로 나선 것이다. 대구시 이성구 의사회 회장은 우리 대구를 구합시다. 시민들을 구합시다.”라고 25일 오전 1030분 대구시의사회 소속 회원들에게 의료 인력 자원에 참여해 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호응하여 전국의 의료인들이 속속 참여하고 있다. 이런 국민의 자발적 참여와는 달리 이들이 쓸 장비는 태부족으로 심지어 방호복 및 마스크조차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국가 공권력을 총동원해서라도 의료진에게 최대한 조치를 해야 한다.


의사라도 고통 받는 환자를 구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위험지역에 자원봉사로 나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짧은 시간에 생업을 포기하면서까지 의료진이 자원 근로를 자청했다는 것은 의료인의 직무윤리를 넘어서는 인간애의 발로이다. 어느 의사는 “이번 국가 대재난 시기에 '그 현장에 내가 있었다.'는 경험은 의사 생활하는 마지막까지 기억에 남을 것이다. 모두 함께 힘을 합쳐, 코로나19를 물리쳐보자!”고 다짐했다.

이제 대구·경북지역은 코로나19 방역의 마지노선이 되어버렸다.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사활을 걸고 막아야 한다. 대구·경북은 국채보상운동을 비롯해서 나라가 위기를 맞았을 때 이를 극복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번에도 이겨낼 것이다. 우리 모두 힘을 합쳐서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특히 대구?경북지역뿐만 아니라 모든 지역의 확진자와 감염자들이 하루속히 질병에서 완치되고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기를 바란다. 코로나19 사태가 모두에게 힘들고 공포스런 상황을 유발했지만 서로의 격려와 포용과 사랑으로 이 사태를 극복하면 대한민국은 한 단계 올라선 희망찬 나라가 될 것이다

 

재난은 우리에게 불행만 갖다 주는 것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공동체를 발현시키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이번 기회를 신뢰자본을 축적하는 기회로 활용하여 더욱 발전된 나라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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