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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내부 균열 부른 李‘정치 탄압’ 프레임
 
2023-02-28 15:10:49
◆ 칼럼을 기고한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현재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 중입니다.

김형준 명지대 특임교수, 前 한국선거학회 회장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와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과반수(149표)에 못 미쳐 부결은 됐지만, 찬성(139표)이 반대(138표)보다 한 표 더 많은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부결됐지만 사실상 가결”이란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압도적인 부결을 호언장담했었지만, 최소 30여 명의 이탈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대표는 체포 동의안이 부결된 후에 “당내와 좀 더 소통하고 많은 의견을 수렴해 힘을 모아 윤석열 독재정권에 강력하게 맞서 싸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의 메시지는 공허하게 들린다.

이번 표결이 주는 정치적 함의는 자못 크다. 최대 176표 부결을 예상했었지만 막상 뚜껑 열어보니 찬성표가 반대표보다 많이 나온 것은, 이 대표가 주장한 “정치 탄압” “사법 사냥” 프레임이 산산이 부서졌음을 의미한다. 동시에 당내에서도 충분한 동의를 구하지 못한 것이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민주당 노웅래 의원 체포 동의안이 반대 161표로 부결된 것과 비교하면 ‘샤이 반이재명’ 표가 깊이 숨어 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이번 표결은 민주당 내홍과 분열의 ‘전주곡’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서 예상보다 많은 이탈표가 나온 것은 이 대표 사법 리스크가 민주당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 속에서 비명계가 전략적으로 사실상 집단행동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들은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민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넥스트리서치 조사(24∼25일) 결과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통과시켜야 한다’(47.9%)는 응답이 ‘통과시키면 안 된다’(39.4%)보다 더 높게 나왔다. 한국갤럽 조사(21∼23일)에서는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57%)가 ‘유지’(27%)를 압도했다. 이번 표결 결과에 대해 여권은 “이 대표에 대한 정치적 사망 선고”라고 주장한다. 민주당 일각에선, 아슬아슬한 체포동의안 부결로 이 대표가 심각하게 거취를 고민해야 할지 모른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검찰은 향후 두 가지 전략을 펼칠 것 같다. 하나는 쌍방울 대북 송금이나 백현동 개발 등 이 대표와 관련한 추가 의혹에 대해 재차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이다. 그 경우, 비명계의 ‘결집’이 점차 세를 불려 가기 시작한다면 민주당은 체포동의안 부결을 확신할 수 없게 됐다. 또 다른 하나는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해 ‘불구속 기소’를 하는 것이다. 이 대표가 기소되면 당내에선 당 대표 사퇴 논쟁이 격해질 것이다.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다’는 당헌 제80조가 이 대표를 압박할 근거가 될 수 있다. 민심도 이 대표에게 절대 불리하다. 넥스트리서치 조사에선, 이 대표가 기소될 경우 대표직을 ‘사퇴해야 한다’(59.2%)가 ‘유지해야 한다’(31.7%)는 응답을 압도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턱걸이 부결’이 갖는 함의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번 표결 결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장 증오했던 ‘원칙 없는 승리’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살길은 허황한 ‘정치탄압 단일대오’에서 벗어나 ‘반성, 책임, 민생, 미래’를 기치로 ‘국민 상식에 맞는 대안 정당’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민주당이 의도치 않게 찾아온 ‘대전환의 기회’를 걷어차면 더 이상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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