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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巨野 방송법, 위헌 소지 큰 기형 법안… ‘좌편향’ 세력 방송 장악 의도
 
2023-05-04 14:45:59
◆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미디어·언론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지성우의 Deep Read - 방송법 개정안 문제점

‘공영·공정성 확보’ 헌법적 요청 충족 안돼… 절차적 정당성 없고 글로벌 기준에도 불일치
민주적 의사 형성 위한 공론장 역할 하기 어려워…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아닌 개악
방송은 일반적으로 소유와 운영 재원의 형태에 따라 ‘국영방송’ ‘공영방송’ ‘민영·상업방송’으로 구분된다. 공영방송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다매체·다채널 시대에도 매체 간의 경쟁으로부터 자유롭게 상업성을 최대한 배제하고 국민에게 양질의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사회적 공론의 장’을 조성하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한 방송법 개정안은 공영성과 독립성, 균형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위헌 요소가 다분하며 해외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부합하지 않는 기형적 법안이다. ‘국민을 위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 아니라 ‘좌 편향 세력의 방송 장악을 위한 지배구조 개악’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절차적 정당성 상실

공영방송의 감시자 역할을 위해 KBS와 EBS에는 각각 11인과 9인의 이사회를, MBC에는 9인의 이사로 구성된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를 두고 있다. 최근 방송법 개정안은 이사회 체제를 운영위원회로 개편하는 내용을 골간으로 한다. 개정안의 핵심은 이사회 대신 국회(5명), 방송·미디어학회(6명), 직능단체(6명), 공영방송 시청자위원회(4명)가 각각 추천한 총 21명의 운영위원회로 대체 구성한다는 것이다.

여당은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공영방송 지배구조가 ‘좌 편향’ 인사들로 구성될 것이라는 점을 우려한다. 방송을 장악하는 노조나 진보·좌파 성향 인사·단체 입맛에 맞도록 지배구조가 개악될 것이라는 걱정이다. 이런 반대에도 불구,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거야(巨野)’의 힘을 동원해 개정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이번 개정안은 ①절차적 정당성 상실 ②내용적 위헌 요소 ③글로벌 스탠더드 불일치 등 몇 가지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견된다. 먼저 절차적 정당성의 측면에서 보면 이번 법사위에서 본회의에 직회부한 것은 국회법 제86조에 위반될 소지가 크다. 국회법 제86조에는 법사위에서 심도 있는 법안 토론을 위해 60일 동안 각 당의 간사들을 중심으로 심사·토론하도록 하고 있다.

만일 ‘이유 없이’ 이 기간 내에 심사를 마치지 않을 경우 본회의에 직회부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이 법률들의 개정안이 1월 16일 전체회의에 회부된 후, 상세한 논의를 위해 법안심사 제2 소위에 넘어가 논의 중이므로 ‘이유 없이’ 법안의 심사를 지체하는 것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
◇헌법 위반 소지

내용적 측면에서는 운영위원회가 국가와 사회의 전반적인 여론을 반영하지 못하고 특정 영역만 과다 대표돼 공영방송의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과 이를 통한 ‘공영성·공정성 확보’라는 헌법적 요청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이 법안들에서 제시하고 있는 공영방송 운영위원회는 기존의 이사회(KBS, EBS의 경우)나 방문진(MBC의 경우)을 대체한다. 개정안에 찬성하는 입장은 결정권자의 숫자와 추천기관을 확대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헌법적 관점에서 동의하기 어렵다. 공영방송이 사회의 전반적인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이사진과 운영진을 구성하고, 내용 역시 가치 중립적인 입장에서 다양한 여론이 반영될 수 있어야만 합헌적으로 구성·운영된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개정안에 따르면 거의 ‘언론·방송’ 관련 기관들이 운영위를 구성하므로 국민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방송계’를 극히 과도하게 대표하게 된다. 공영방송의 시청자가 국민 전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규정은 헌법 이론에 합치하지 않는다.

학계나 직능단체의 대표성 문제도 제기된다. 영국, 독일, 일본 등 공영방송제도를 채택하는 국가에서 특정 학회나 방송 관련 단체, 시청자위원회 등에 과도하게 공영방송 이사회 추천권을 부여하는 경우는 없다. 그렇지 않아도 학회나 방송 유관단체의 장을 뽑는 선거는 기존 정치권 못지않게 과열돼 부작용이 심각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방송 관련 학회나 단체가 아예 정쟁의 한가운데 서게 될 가능성 또한 커진다. 추천권을 갖기 위해 학회가 이합집산하거나 규모를 키우는 비정상적인 현상도 예상된다.

◇글로벌 스탠더드 위배

야당의 방송법 개정안은 해외 선진국의 공영방송 이사진 구성과 절차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대다수의 방송사가 민간자본으로 운영된다. 공영방송은 기상이나 교통 등 아주 극히 예외적이고 필수적인 분야에만 한정된다. 모범적인 공영방송 사례로 영국의 BBC와 독일의 ZDF 등이 꼽힌다. 영국 BBC는 이사진으로 구성되고, ZDF는 국민대표 66인으로 구성된다. 본회의에 직회부된 방송법 개정안은 표면적으로는 독일 ZDF의 이사진 구성 방식을 참조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독일의 전통과 헌법 정신에서 발현된 ZDF의 이사진 구성 방식을 오해한 것이다.

독일은 연방제 국가라는 특성 때문에 66인의 이사진 중 17개 시도에서 20인을 추천한다. 그 후 소수민족을 비롯해 아주 다양한 직역별로 이사진을 추천한다. 국가(연방과 주)의 추천권이 오히려 상대적으로 강화돼 있고, 방송 유관 단체·학회·시청자위원회 등의 추천인사는 소수에 그치며, 대신 수십 명이 다양한 직역에서 추천된다는 점 등이 야당의 개정안과는 크게 다르다.

더구나 이러한 대규모의 이사진 구성 방식은 지난 수백 년 쌓인 독일의 전통적인 직역별 대표제도를 구현한 것이기 때문에 공영방송제도를 채택하는 많은 국가 중 극히 예외적인 경우라 할 만하다. 따라서 민주당이 주도하는 방송법 개정안은 표면적으로는 독일의 ZDF 이사진 구성 방식을 따른 것 같지만, 내용을 놓고 보면 전혀 다르다. 민주당이 개정안을 발의할 때에는 ZDF 방식을 참조했다고 했으면서도 최근에는 이렇게 주장하지 못하는 것이 이런 사정을 뒤늦게 알게 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토론과 숙의 필요

투표인단이 공영방송 사장을 결정하는 방식 역시 전문성과 대표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짧은 기일에 만들어진 투표인단의 결정으로 사장을 결정하는 제도는 선진국 사례에 맞지도 않고 일반적이지도 않으며, 바람직하지도 않다.

공영방송은 ‘자율적인 의사결정 아래 민주적 의사 형성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 지금까지 많은 제안이 있었지만, 합리적인 공영방송제도 구성에 대해서는 이사회 구성 문제를 포함해 여전히 전반적인 토론과 숙의가 필요하다. 민주당이 강행하는 개정안은 헌법 정신에 맞지도 않고 선진국 사례에 부합하지 않다는 점 등에서 극히 퇴행적이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 용어설명

‘직회부’는 직권회부의 준말. 국회 상임위에서 의안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해 더 이상의 논의가 불가능할 때 해당 위원회 위원장이 주어진 권한으로 그 의안을 국회 본회의로 넘기는 일.

‘ZDF’는 ‘제2 독일 텔레비전’이란 의미의 독일 공영방송. 콘라트 아데나워 독일 초대 총리의 아이디어로 최초 설립. 지상파 2번 한 개 채널로 전국에 송출되며, 독일 내 시청률 1위를 기록 중.

■ 세줄요약

절차적 정당성 상실 : 민주당의 방송법 개정안 본회의 직회부는 국회법 제86조 위반으로 절차적 정당성 훼손 논란을 낳음. 공영방송 이사진이 ‘좌 편향’ 인사들로 구성돼 지배구조 개선이 아닌 개악될 가능성 높아.

헌법 위반 소지 : 방송법 개정안은 특정 영역이 방송 운영위원회를 과다 대표. 이에 공영방송의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과 이를 통한 ‘공영성·공정성 확보’라는 헌법적 요청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우려가 높아짐.

글로벌 스탠더드 위배 : 개정안은 선진국의 공영방송 이사진 구성과 절차에도 부합하지 않아. 민주당은 독일 ZDF 사례를 언급하지만 이는 독일 전통과 헌법 정신에서 발현된 ZDF 이사진 구성 방식을 오해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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